'그 것이 알고싶다', 故손정민군 편을 보고, 일부 기자들과 유튜버의 공통점을 알았습니다.

    그것이알고싶다_손정민군편

    "50년 인생이 제로가 된 기분이었거든요."

     평소 SBS에서 방영하는 '그것을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때론 안타까운 사건들을 논리 정연하게 오로지 팩트로써 파헤치고 밝혀내기 때문이다. 2021년 5월 29일, 토요일. 그날도 어김없이 '그것을 알고 싶다'를 시청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 편 요약 내용

    목격자의 진술

     손정민 군과 친구는 한강에서 만나 술을 마시기로 하는데, 아무리 젊은 청년이라 해도 개인적으로 두 명이서 마시기엔 꽤 많은 양의 술을 마신다. 중간중간 영상도 나오는데 딱 봐도 술이 많이 취한 두 명이었다.

     새벽 3시 37분 목격자가 있는데, 손정민 군은 술에 취해 누워있고, 친구가 손정민 군을 옆에서 깨우면서 통화하는 걸 봤다고 한다. 통화한 사람은 A 군 본인의 아빠였고, 이때 A군은 통화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친구의 아빠는 '얼른 친구(손정민 군) 깨워서 집으로 보내고 너도 빨리 택시 타고 들어와라'라고 얘기했으나, 친구 A는 술에 취한 나머지 다시 손정민 군 옆에서 자다가 50분이 지난 4시 27분에 일어난다. 그런데 옆에 있었던 손정민 군이 사라진 것을 보고 4시 31분 혼자 토끼굴로 걸어 나옵니다. (CCTV)

     

     친구가 그렇게 토끼굴로 걸어 나오고, 10분 뒤 4시 40분에 한강에서 손정민 군을 목격한 목격자가 나온다. 목격자들은 낚시꾼들이었는데, 사고지점을 말하면서 '헤엄치는 건지, 물장구치는 건지, 살려주세요가 아닌 개운하다 이런 느낌이었다' 고 말한다. 제작진은 실제 한강에서 첨벙 대던 손정민 군을 발견했던 동일한 장소, 동일한 지점에서 첨벙첨벙 물소리를 내어보니 너무 잘 들리더라. (이때라도 들어가서 구조했으면 좋았을 텐데, 개운하다 느낌은 뭘까?)

     

     반면 친구 A는 택시를 타고 4시 51분 집에 도착했다. 옷가지들을 허물 벗듯 던져버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옷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들을 꺼내는데, 그곳에 손정민 군의 휴대폰이 나왔다.

     친구의 어머니는 '친구(손정민 군) 집에 잘 보냈어? 잘 일어났어? '라며 이야기 했는데, 술에 너무 취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리고 15분 후 친구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친구는 손정민 군을 찾으러 한강으로 나섰고, 7분 뒤 5시 12분에 한강에 도착했다.

     그 후 15분간 손정민 군을 찾아 헤매었으나 도저히 찾지 못해 5시 28분, 손정민 군 어머니께 전화를 한다. 손정민 군 어머니는 친구 어머니에게 '경찰에 신고했고, 저희도 찾고 있으니 A군 데리고 들어가세요, 감기 걸리겠어요'라고 문자 했고, 친구 어머니는 술에 취한A군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토를 하는 A군.)


    실망스러운 건 사실.

     일단 사건의 정황은 위와 같고 지금부터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금까지 '그것이 알고 싶다', 줄여서 '그알'의 애청자로서 이번 편은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솔직히 '안 하느니만 못한 방송'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요약한 내용의 요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친구의 행동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되며, 친구는 술에 만취 상태였고, 혼자 토끼굴을 빠져나가는 시간에 한강에서 첨벙거리는 손정민 군을 목격한 목격자가 있다는 것, 그리고 결국 친구 가족이 손정민 군을 찾지 못하여 손정민 군 어머니께 전화하고 나서도 그다지 심각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점인데, 아쉬운 것은 유독 '이 것'만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두 친구의 무죄를 얘기한다.

     그 이후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역시나 앞전 이야기(친구는 살해범이 아니다)를 뒷받침해주는 전문가들의 의견인데, 모든 제작진의 실험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관되게 '친구는 살인범이 아니다'라는 포커스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손정민 군의 아버지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은 친구가 손정민 군을 살해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는데, 마치 이를 반박하고 손정민 군과 함께 있던 친구를 변호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적어도 여태껏 내가 알던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은 이렇게 편향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여전히 손정민 군 사망에 대해 풀리지 않은 의혹은 남아있는데, 방송 준비가 덜 된 채 성급한 편성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점은 마치 마녀 사냥되듯 손정민 군 살해범으로 몰리던 친구의 알리바이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녹화된 CCTV에 찍힌 친구가 굴다리를 빠져나가는 시간은 오전 4시 31분이며, 10분 뒤 오전 4시 40분 손정민 군이 한강에서 첨벙거리며 살아있던 걸 본 목격자가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거짓 뉴스에 떠돌던 조작된 영상이나 사진을 보고 함께 있던 친구가 범인이라며 잘못된 억측으로 몰아가던 사람들에겐 오해를 해소시켜줄 만한 방송이었던 건 분명하다.

     초반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였다지만, '그알' 방송을 본 평범한 사람이라면 친구 A군이 손정민 군을 살해한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친구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그알'에서 방송한 사실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거짓 뉴스, 유튜브 광신도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내가 그것이 알고 싶다 손정민 군 편을 보면서 가장 소름 돋는 장면은 바로 '손정민 군을 죽인 범인은 무조건 함께 있던 친구이다!'라고 믿는 유튜브 광신도들의 대화였다.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있다. 그 것이 유튜브 내에선 더욱더 고약한 병이 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정말 말 그대로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끔 해준다.

     故손정민 군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되는 친구도 마찬가지다. 일부 조작되고 편집된 영상들을 갖고, 한 사람들 살인자로 모는 몇몇 유튜버들이 있다. 아무리 자극적인 영상이 조회수가 잘 뽑히고, 수익을 얻는다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갖고 조작까지 하며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매우 문제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중단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소수 악질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영상과 사진, 제목 등을 가져와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가 있다는 것이다. 극히 소수의 뉴스 기사지만 간판을 달고 운영되는 뉴스 기사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흘러 다니는 루머 같은 데이터를 갖고 기사를 썼다는 자체가 정말 충격이다.

     물론 기자들도 본인이 쓴 기사의 조회수나 통계가 중요하겠지만, 언론을 믿고 신뢰하고픈 1인으로써, 이러한 기사를 쓰는 기자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이 필요하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이 어떨까 헤아려보자. 어찌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손정민 군 아버지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찾아가 여러 의혹과 루머들, 조작된 데이터들을 한 보따리 들고 가서, "아버님 이거 한번 확인해보세요", "이거 누가 이렇다는데요?" , "여기 CCTV에 찍혔어요!" 와 같은 말들을 해대는 사람들. 다시 한번 이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울 손정민 군 아버님의 입장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을 신뢰한다. 그러므로 친구 A군이 어느정도 알리바이가 있고, 더 이상의 마녀사냥은 중단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분명 다양한 의혹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편향되어 보이는 방송을 한 점, 한마디로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한 방송을 한 점에 대해 인정했으면 좋겠다. 어설플수록 또 다른 마녀사냥이 시작될 수 있음을 알고 더욱 책임감 있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특정 단체나 협회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립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고인이 된 故 손민정 군을 애도합니다. 그리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한 톨의 슬픔도 알 길이 없지만, 묵묵히 싸우고 계신 故 손정민군의 아버님, 어머님께도 힘내시라,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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