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가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 다중 인격 빌리 밀리건 이야기

     

    빌리 밀리건(Billy Milligan)의 성폭행 사건

    다중 인격 빌리 밀리건 / 출처 - 24smi.org 상업적 이용의 목적이 없음을 알립니다.

     

    사건의 발단

      1977년 7월 미국의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캠퍼스에서 여대생 납치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연이어 3건의 성폭행이 발생했죠. 경찰은 피해자들의 진술과 몽타주로 용의자를 찾아냈고, 그가 빌리 밀리건(26세, 남자) 이란 걸 알아냈습니다. 경찰은 그의 집을 기습하였고 발견된 용의자는 피해자들이 진술한 몽타주와 생김새가 똑같았죠. 심지어 용의자의 집에서 피해자들의 물품까지 발견되었으니, 명백한 빼박 용의자 빌리 밀리건이었죠.

     

     그러나 그는, "나는 빌리 밀리건이 아니에요, 나는 대니(14세, 남자) 에요!"라며 겁에 질려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용의자에 대한 증언 중 '눈동자가 심하게 좌우로 떨리고 있었다' 라고 하는 안진증이 있었는데요, 본인이 대니라고 소개하는 용의자의 눈에는 전혀 안진증 증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단 용의자를 잡아 구속은 시켰지만, 뭔가 찝찝한 거죠.

    "빌리('Billy')는 지금 자고 있어요"

     담당 변호사와 처음 접견한 용의자, 빌리 밀리건은 변호사가 무슨 말만 하면 울음을 터뜨리며, 본인은 데이비드(8세, 남자)라고 소개합니다. 당황한 변호사가 "빌리는 어디 갔냐"라고 묻자 "빌리는 지금 자고 있어요"라고 대답했죠.

     

     다음날에도 변호사가 찾아와 "빌리는 어디 갔냐"라고 묻자, 이 번엔 갑자기 헐크처럼 화를 내기 시작하더니 본인은 레이건(24세, 남자)인데 왜 계속 빌리를 찾냐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교도관들은 할 수 없이 본인이 레이건이라며 난동을 부리는 빌리에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복을 입혀놨는데, 빌리는 어느새 그 옷을 곱게 접어 머리에 베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습니다.

     빌리의 또 다른 인격, 토비(16세, 남자 탈출의 대가)가 나타난 거죠. 이 쯤되면 정말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어느 날은 또 자연 과학 지식에 전문가 수준인 인격이 나타나 본인은 아서 (22남)라며 변호사와 접견하게 되죠.

     

     변호사와 수사관의 입장에선 이 모든 것이 다 빌리 밀리건의 연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많은 인물들을 한 사람이 일관되게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각각의 인격마다 구사하는 언어, 학문적 지식 등도 전문가 수준이라 이 건 단순히 연기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능력이었습니다.

     모두 혼란스러웠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자신의 범행에 대해 자백하기 시작합니다. 여자 목소리를 내며 말이죠.

    여자가 된 빌리의 자백

     "제가 그랬어요, 제가 여자 3명을 성폭행했어요" 여자 목소리를 내며 자백하는 빌리, 그는 자신의 이름을 에이들라나 (19세, 여자, 레즈비언)라고 소개하며,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을 본 순간 확신했죠. 왜냐하면 그의 눈은 좌우로 심하게 떨리는 안진증이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완벽히 일치하는 순간이죠.

     

    빌리 밀리건 / 출처 - 24smi.org 상업적 이용의 목적이 없음을 알립니다.

     

    본캐(빌리 밀리건) 등장

     그렇게 재판이 진행되던 중 드디어, 빌리 밀리건 본래 인격, 본캐, 빌리 밀리건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제가 살아있었나요? 전 제가 죽은 줄 알았어요" 그는 7년 전 고등학생 시절 여자화장실에서 친구들에게 옷도 다 벗겨지며, 집단 따돌림을 받고 그 수치심으로 인해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 자살 시도를 했으나, 다른 인격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빌리 밀리건을 잠재우며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무려 7년 동안 말이죠.

    성폭행 무죄 판결

    <빌리 엄마의 증언>

    빌리는 종종 몽유병 걸린 사람처럼 헤매고 다녔다.

    집에 데려오면 자기 침실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다녔다.

     

    <중학교 심리 상담 보고서>

    빌리는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으며  갑자기 애처럼 도움 없이는 걷지 못할 때도 있었다.

    친구들과 언쟁을 할 땐 울어버려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등의 증언들이 영향을 끼쳤을까요? 성폭행 사건에 대해 빌리 밀리건은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인격이 빌리 밀리건이 아니란 이유에서 말이죠.

    빌리 밀리건이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갖게 된 이유

     

    빌리 밀리건 유년 시절 / 출처 - 24smi.org 상업적 이용의 목적이 없음을 알립니다.

     

     빌리 밀리건이 태어난 후 빌리의 부모는 이혼을 하게 됩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된 빌리, 몇 년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재혼을 하게 되고 그 후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았을 것을, 빌리의 새아빠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자살을 합니다.

    참 불운한 환경이죠. 그렇게 빌리 밀리건이 5살이 되었을 때 최초로 새로운 인격, 크리스틴을 만들어 냅니다.

     

     계속 생겨나는 새로운 인격들, 그리고, 9살 무렵. 빌리의 양아버지인 찰리 밀리건으로부터 학대와 구타 그리고 성폭행으로 인해 빌리는 본래 인격을 포함한 24개의 인격으로 완전히 분산됩니다. (양아버지의 성폭행으로 탈장 수술까지...)

     

     빌리는 불우한 환경에서 계속 이사를 다녔고,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가 자살했습니다. 어린 빌리는 이 상황들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을 겁니다. 다 큰 성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인데, 어린 빌리가 감당하긴 더욱 힘들었겠죠.

    걔다가 양아버지로부터의 학대와 성폭행, 구타 등을 그 누구도 막지 못했습니다. 어린 빌리가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빌리 밀리건은 다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덜 다치고 싶어서 본인을 부정했으며, 자신을 보호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스스로 창조함으로써, 제2의 인격, 즉 다중 인격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글 쓰다 보니 생각나는 한 사람...

     

     

     원래 이 글의 계획은 빌리 밀리건 해리성 정체감 장애영화 23 아이덴티티(split)를 소개하려고 했습니다. 다중 인격 장애가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고, 영화 23 아이덴티티의 모티브가 바로 빌리 밀리건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인격들 중에 우두머리가 있고, 24개의 인격이 있다는 것 등의 소재들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맥어보이 James McAvoy의 연기도 단연 일품)

     

     그러나, 글을 쓰면 쓸수록, 빌리 밀리건이 다중 인격 장애를 겪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슬프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최근 하늘나라로 간 정인이가 생각나네요. 정인이...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아 친부모 곁을 떠나게 되고, 양부모에게 무자비하게 학대당하고 폭행당해 사망한 정인이. 

     

     아동 학대로 3번이나 신고되었고, 3번, 아니 그 이상 살릴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곁을 떠나게 된 정인이. 

    불우한 환경은 막기 어렵다 해도, 유년 시절 받는 학대와 구타, 방치 등은 반드시 보호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빌리 밀리건처럼 다른 인격을 불러내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시도가 없도록, 우리 정인이 처럼 여러 번의 살릴 기회를 놓쳐버리지 않게끔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조 - 위키백과, 나무위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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